
미국에 일이 있어 갈 때면 꼭 위스키 한 병을 사서 체류 기간 동안 비워서 오는 편이다. 주로 선택하는 술은 버번이며, 가능하면 한국에서 구하기 어려운 버번 위스키를 사서 마시는데, 이번에는 시간도 없고 뭔가 단순한 위스키를 마시고 싶어서 이것저것 고르다 ‘엔젤스 엔비(Angel’s Envy)’를 골랐다.
이전에 마셔본 버번은 아니다. 한국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되었다고 들었고, 아직 못 마셔본 술도 많아서 이름은 알고 있었지만 구매해서 마실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럼에도 고른 이유는 한국에서는 왠지 안 마셔볼 것 같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가격은 35달러로 부담되지 않았기도 했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었다.
엔젤스 엔비는 버번 특유의 쏘는 향이 매우 약하다. 아무래도 43%의 일반적인 버번보다는 낮은 도수이기도 하고, 실제로 일부러 버번의 톡 쏘는 향보다 부드러운 옥수수 향을 강조한 듯한 느낌이 났다. 이는 엔젤스 엔비가 포트 와인 배럴에서 3-6개월간 추가 숙성되는 특징 때문일 수도 있다.
맛은 매우 달다. 사실 간단하게 ‘달다’ 정도로 표현하긴 하지만, 첫 모금을 마셨을 때는 정말 무슨 시럽이라도 탄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매우 달달하고 화사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운다. 물론 설탕의 끈적이는 달달함이 아닌 쉽게 목으로 넘어가는 달달한 맛이다. 다만 ‘단맛’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점인 다른 모든 것을 뒤덮어 버리는 강력함이 문제다. 끝까지 다 마시고 나면 피니시도 잘 느껴지지 않고 정말 강력하게 ‘어우 달다’라는 느낌만 남는다.
다른 버번에서 흔히 느낄 수 있는 꽃향기나 가끔 나는 오렌지, 견과류의 맛도 매우 적다. 물론 그렇기에 버번 특유의 끝의 탄닌의 떫은맛도 덜하다. 즉, 목넘김은 매우 좋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엔젤스 엔비는 위스키 입문자나 달콤한 맛을 선호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할 수 있으나, 전통적인 버번의 강렬한 풍미를 기대하는 애호가들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다.
최종평
달다. 그리고 화사하다. 엔젤스 엔비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버번이지만, 만약 좀 더 깊고 다양한 버번의 맛과 향을 느끼고 싶다면 조금은 아쉬울 수 있는 술이다.
데일리 위스키로는 정말 좋을 듯하다. 달달하게 입안을 가득 채우는 맛이 부담스럽지 않으며, 특히 43% 라는 비교적 낮은 도수와 ‘포트 와인 캐스크’를 사용한 추가 숙성 때문인지 버번 특유의 알코올 향과 맛이 매우 순화되어 있다. 이러한 특징들로 인해 버번에 익숙하지 않거나 전통적인 버번의 강렬한 맛이 부담스러웠던 사람들에게 매우 추천할 만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맛으로 위스키 입문자들에게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 그리고 개인적으로 칵테일 베이스로도 사용하기에도 적합할 것 같다. 달콤한 맛과 부드러운 질감이 다양한 칵테일 레시피와 잘 어울릴 것 같다. 올드 패션드를 해보면 좋을듯.
다만, 일반적인 버번을 좋아하는 애호가라면 조금은 실망할 맛이다. 전통적인 버번의 복잡한 풍미나 강렬한 캐릭터를 기대한다면, 엔젤스 엔비의 단순하고 달콤한 맛이 물리게 느껴질 수 있기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엔젤스 엔비는 전통적인 버번의 틀을 벗어나 새로운 맛을 추구하는 현대적인 위스키의 한 예로, 개인의 취향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제품이다. 버번의 다양성을 경험해보고 싶은 애호가들에게는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을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