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장이나 해외여행을 갈 때 일본 공항에서 레이오버할 수 있는 경로가 있다면, 가능한 한 그 경로를 선택하는 편이다. 첫 번째 이유는 다른 공항보다 저렴한 일본 면세점에서 일본 위스키를 살 수 있기 때문이고(당연하겠지만), 두 번째는 일본 공항의 음식들이 맛있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도 보통 다른 나라 공항에서는 음식이 맛없어 프랜차이즈를 찾게 되는데, 일본 공항은 웬만한 음식들이 다 맛있다. 공항에 오는 사람들도 나라의 손님이라 생각해서 대충 아무나 입점하는 느낌이 아니랄까? 디테일에 강한 나라인 만큼 이런 것에서도 나름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어찌되었건 그렇게 구매하게 된 류카 뉴본 2024. 사실 2023년산은 매우 독특한 장향이 난다는 평을 들었지만 마셔보지는 못했다. 가볍게 산토리를 살까 하다가 새로운 도전을 선택하게 되었는데 매우 만족스럽다
향은 장향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이 정도면 자신만의 특징을 훌륭하게 보여주는 정도의 장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면서 쉐리의 향이 난다. 건포도나 가죽의 향도 느껴지며 은은한 바닐라향도 난다. 다만 알코올 도수가 높아 날카로운 알코올 향은 어쩔 수 없어 보이는데, 2년 숙성이라고 알고 있는데 2년 정도 숙성하면 아무래도 거친 향과 맛이 나는 건 피할 수 없는 듯 하다.
그럼에도 피니시가 길고 달달한 맛이 쭉 이어진다. 장향도 계속 이어지면서 만족스럽게 끝나는 한 잔의 위스키. 어떻게 2년 숙성으로 이런 맛이 나는 걸까? 나도 숙성 연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이 정도면 사업적으로도 너무 훌륭한것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일본 위스키의 장점이라면 일본 특유의 완벽함을 추구하는 것처럼 균형 잡힌 맛을 들 수 있는데, 이 위스키 역시 밸런스가 매우 잘 잡혀있다.
하여튼 일본 위스키는 특이하다. 가격도 그렇고 맛도 그렇고..

중국집에서 딤성과 먹었는데 아주 훌륭했다.
최종평
재패니스 위스키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하면서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예전처럼 편하게 사 마시기는 어려워졌다. 한때는 쉽게 구할 수 있었던 야마자키나 히비키가 이제는 럭셔리 위스키의 반열에 올랐으니까.
그럼에도 이렇게 가끔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맛볼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꼭 한번쯤은 도전해보길 추천한다. 스카치가 가진 그 묵직한 전통과 버번이 가진 달콤한 매력처럼, 재패니스 위스키도 이제는 확실히 자신만의 색깔을 갖추어가고 있는듯 하다.
일본 장인들이 도구 하나하나에 혼을 담듯, 일본 위스키는 그들만의 섬세함과 완벽을 향한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한 모금 마실 때마다 느껴지는 그 오묘한 밸런스와 정제된 맛이, 일본이라는 나라가 가진 특징을 그대로 보여주것 같다.
높아진 가격이 아쉽지만, 그만큼 그들이 이뤄낸 성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맛있으면 장떙이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