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위스키 혁신주자 워터포드 증류소, 경영난으로 폐쇄 위기

아일랜드 위스키 업계에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혁신적인 위스키 제조 방식으로 전 세계 위스키 애호가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워터포드 증류소가 수탁관리에 들어가며 폐쇄 위기에 처한 것이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고작 4곳에 불과했던 아일랜드의 증류소는 현재 50곳에 육박할 정도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왔다. 그중에서도 워터포드는 단연 독보적인 존재감을 자랑했다. 전통적인 ‘whiskey’ 대신 ‘whisky’라는 철자를 고집스럽게 고수하며, 위스키 제조에 대한 남다른 철학을 보여준 것이다.

워터포드 증류소의 설립자 마크 레이니어는 업계에서 잘 알려진 혁신가다. 그는 2000년 스코틀랜드의 브루이클래디히 증류소를 부활시킨 인물로, 2014년에는 과감하게 아일랜드로 건너와 기네스 맥주 공장을 개조해 워터포드 증류소를 설립했다.

레이니어가 추구한 것은 와인 업계에서나 볼 수 있었던 ‘떼루아(terroir)’ 개념의 위스키 생산이었다. 단일 농장에서 재배된 특별한 보리만을 사용하고, 당시로서는 파격적이었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을 도입했다. 심지어 업계의 관행이었던 배럴 피니싱마저 거부하며 자신만의 철학을 고수했다.

“위스키의 맛은 보리가 자란 토양과 환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이것이 바로 떼루아입니다.” 레이니어의 이 말은 위스키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의 실험정신은 수많은 과학적 연구로 이어졌고, 실제로 놀라운 결과물들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혁신의 이면에는 냉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다. 최근 《아이리시 타임즈》의 보도에 따르면, 워터포드 증류소는 새로운 자금 조달에 실패해 수탁관리에 들어갔다. 에너지 비용 급등과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의 삼중고가 결정적 타격이었다.

《위스키 매거진》과의 인터뷰에서 레이니어는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우리는 떼루아의 중요성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는 그의 말에서 자부심이 묻어났다.

워터포드의 몰락은 단순한 한 증류소의 실패가 아닌, 혁신과 전통이 충돌하는 위스키 업계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새로운 인수자를 찾거나 자산을 매각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지만, 워터포드가 남긴 유산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위스키 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워터포드의 도전은 끝이 났지만, 그들이 보여준 혁신의 정신은 아일랜드 위스키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과연 워터포드의 마지막 한 방울은 어떤 맛일지, 위스키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사출처:https://robbreport.com/food-drink/spirits/waterford-whisky-irish-whiskey-closing-12360626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