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만에서 생산되는 카발란은 역사는 짧지만, 위스키의 열풍이 불기 전에도 위스키 애호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마케팅을 잘한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만 특유의 고온 다습한 날씨로 인한 위스키의 숙성이 일반적인 스카치보다 더 스카치 위스키답다는 평가가 많았기 때문이다.
카발란 솔리스트 버번 캐스크는 캐스크 스트렝스(CS) 제품으로, 버번을 숙성했던 아메리칸 오크통에 숙성한 제품이다. 카발란에는 여러 솔리스트(CS) 제품이 있는데, 버번 캐스크는 그중에서 가장 가성비가 좋고 한국에서 구하기 쉬우며(제주 면세점) 특유의 달달한 풍미로 인기가 좋다.
카발란의 특이한 점은 연도 표기가 없는 NAS 제품이 대부분이라는 점인데, 대만의 날씨 자체가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위스키의 고장 스코틀랜드와 달리 덥고 습한 기운으로 인해 숙성이 빨리 되는 습성이 있는데. 마케팅적으로 같은 맛이지만 4년과 12년은 다르게 보일수 밖에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카발란 자체가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증류소라 오래된 제품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클 것이라는 생각도 있다.
아마 지금부터 10년 후에는 카발란에서도 연도 표기가 되는 제품들이 꽤 나오게 될 것 같다(물론 비싸겠지만).
처음 마실 때 향은 매우 부드럽다. 코코넛과 바닐라 향이 나는데, 코를 찌르는 듯한 알코올과 섞인 향이 아닌 은은하고 부드럽게 나는 편이다. 코를 깊게 박아도 강하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하지만 맛을 보게 되면 스파이시한 후추 맛이 강렬하게 입을 강타한다.
옅은 바닐라와 꿀맛도 나지만 강한 도수로 인해 아주 살짝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다. 하지만 그 살짝 지나가는 시간이 매력적으로 느껴지는 밸런스를 가지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물을 조금 타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그러면 스파이시함은 감소하고 바닐라와 꿀맛이 배가 되기 때문이다. 즉, 매력이 확 올라간다.

최종평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 사서 마셔보는 것을 매우 추천하는 위스키다. 대만에서 만든 위스키가 이렇게 맛있다는 점이 소주가 지배하는 한국에 사는 사람으로서는 조금 부럽기도 하다. 카발란이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솔리스트 라인업 덕분인데, 그중에서 가장 구하기 쉽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맛도 맛이지만 이 위스키는 이름부터가 먹고 들어간다. 카발란이라니, 나는 처음에는 새로운 스카치 브랜드라 생각했다. 거기에 캐스크 스트렝스처럼 올드하고 직관적인 단어도 아닌 ‘솔리스트’라는 멋들어진 단어를 쓰면서 여러 라인업을 만들어내는 것만 봐도 이 회사가 얼마나 브랜딩과 마케팅에 공을 들이는지 알 수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