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베니를 처음 마셔본 건 2016년쯤이었던 것 같다. 홍대에 있는 작은 위스키 바에서 칵테일만 마시던 나에게 바텐더가 권해준 위스키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였다. 당시에는 위스키보다 칵테일에 심취해 있었던지라, 그저 그렇군 하며 생각했었는데.
내가 다시 발베니를 마시게 된 건 그 후로부터 1년 뒤다.
칵테일을 지나 위스키를 마시는 것에 재미가 들리던 나에게 인터넷에서 누군가 가장 가성비가 좋은 위스키로 추천한 위스키가 발베니 12년 더블우드였다. 당시에는 12년 더블우드가 6만 원? 혹은 그보다 더 저렴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지금 생각해 봐도 맛과 향에 비해 가성비는 정말 대단했다.
이제는 가격이 너무 올라 10만 원 이상을 줘야 구할 수 있던데, 아쉽지만 그 가격에 발베니 더블우드를 마시지는 않는다. 그 가격으로 마시기에는 아깝다는 느낌도 있고, 이미 마셔본 위스키 이니 그 가격이면 새로운 위스키를 마셔보겠다는 생각도 있다.
그러던 찰나 이번에 출장을 다녀오며 공항에서 자주 보이던 발베니 클래식을 사보았다. 나름 안마셔본 위스키 이긴 하니까. 대략 가격은 90불. 한화로 11만 원이었다.
첫맛은 그냥 발베니 느낌이다. 발베니는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맛이 있는데 12년이든 15년이든 발베니만의 가벼운 것 같으면서도 가볍지 않고 달달한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달달하지 않은 오묘한 맛이 있다. 이 위스키도 딱 그렇다.
발베니 더블우드와 같은 꿀향과 바닐라의 향에 플로럴한 꽃향도 참 많이 난다. 참 맛나겠는걸? 하는 생각과 향에 취해 한모금을 딱 넘기면 달달한 위스키의 맛이 끝까지 남는데, 아쉬운 건 12년 더블우드처럼 그 모든 것이 오래가지는 않고 어쩔수 없는 알콜향도 올라온 다는 것.
그럼에도 더블우드보다는 약 한 10%는 좋은 것 같다.
누군가는 ‘그거 그냥 올라간 알코올 도수만큼 좋은 거 아니오?’ 라고 되묻는다면 할 말은 없지만..
최종평
부드럽고 달달하다.
기대하는 발베니의 맛에 고급함을 10% 끼얹은 느낌이지만 가격대가 너무 높다. 이 가격이면 사실 마실 수 있는 위스키가 너무 많고, 무엇보다 여러 위스키를 바에서 다양하게 마셔볼 수 있는 가격이다.
고이 모셔두고 마실 만한 위스키는 아니고 한 번쯤 사봤으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가격이 조금 내려가서 10만 원 정도 된다면 더블우드보다는 이걸 사긴 할듯.